🗾 1. 바다와 산이 만든 ‘짠맛의 미학’
일본 열도를 들여다보면, 마치 길쭉하게 늘어진 해초 같은 모습입니다. 70% 이상이 산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죠. 이런 지리 구조는 일본인의 식습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 바다를 품은 민족, ‘염장(鹽藏)의 민족’
일본의 조상들은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 조개, 해조류를 주식처럼 먹어왔습니다. 하지만 냉장고가 없던 시절, 신선한 해산물을 보관하려면 ‘소금’은 생명과 같았죠.
- 생선을 소금으로 절여 말린 히모노(干物)
- 채소를 된장과 소금으로 절인 쓰케모노(漬物)
- 간장을 베이스로 한 각종 조림 요리(니모노)
이렇게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닌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 여름엔 덥고, 겨울엔 눈이 쌓이는 일본의 기후
일본은 습하고 고온인 여름,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을 가진 나라입니다. 특히 일본 중북부(도호쿠, 호쿠리쿠 지방)는 겨울에 눈이 무려 2미터 이상 쌓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겨울 동안 채소나 생선을 구할 수 없으니, 결국 염장과 발효는 생활의 지혜로 자리 잡았죠.

🍚 2. ‘밥’을 중심으로 발달한 조미 문화
일본의 전통 식단은 ‘밥을 얼마나 잘 먹게 만드느냐’가 핵심입니다.
- 밥은 고유의 단맛과 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질립니다.
- 그래서 반찬은 소량이지만 짭짤하게 만들어, 밥을 많이 먹게 유도합니다.
이를 ‘오카즈(おかず)’ 문화라고도 부릅니다. 결국 음식의 간이 센 이유는 밥과의 조화 때문이기도 합니다.
🥢 3. 간장의 민족, 다시(だし)의 마법
한국이 고추장을 사랑한다면, 일본은 간장을 신처럼 떠받듭니다.
- 일본 간장(쇼유)은 염도 16% 전후. 한국 간장보다 훨씬 짜요.
- 거기에 다시마, 가쓰오부시로 우린 ‘다시’가 짠맛에 감칠맛을 더합니다.
다시 말해, 일본 음식은 짠맛 + 감칠맛(우마미)의 조합으로 먹는 방식. 짜지만 맛있고, 맛있으니 많이 먹게 되는 순환구조가 생기게 된 거죠.
🥚 4. 왜 일본은 달걀을 그렇게 자주 먹을까?
이제 달걀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일본인의 달걀 사랑은 정말 각별합니다. 심지어 날달걀을 밥에 비벼 먹는 문화(TKG: Tamago Kake Gohan)까지 있죠.
📜 과거 육식 금지령의 영향
7세기 무렵, 불교가 일본에 전해졌고, 일본 정부는 무려 1,000년 가까이 육식을 금지했습니다. ‘소·말·닭·개·돼지를 먹지 말라’는 명령이 있었죠. 하지만 달걀은 산 짐승이 아니라 부화 전 상태의 식재료로 간주되어 먹을 수 있는 단백질원이었습니다.
🍳 결국 달걀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고단백 동물성 식품’이었던 셈이죠.
🐓 닭 키우기 좋은 지형과 기후
- 일본은 농업 중심 사회였지만, 땅이 좁고 물이 많아 대규모 가축 사육은 어려웠습니다.
- 대신, 소규모 닭장은 어느 집이나 가능했고, 달걀은 매일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식재료였습니다.
🚿 위생 관리로 탄생한 생달걀 문화
생달걀을 먹는 건 일본의 자부심 있는 식문화입니다.
- 달걀은 수세척, UV 살균, 균 검출 시스템을 거쳐야 출하됩니다.
- 유통기한도 생식 가능한 기한과 가열 조리 기한이 따로 존재할 정도죠.
즉, ‘날것 문화’를 가능하게 만든 건 기술력과 청결한 위생 인프라였습니다.
🍱 5. 도시락 문화와 계란 요리의 연결
일본의 벤토(도시락) 문화를 빼놓고는 달걀 이야기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 타마고야키(달걀말이): 도시락 속 컬러와 단맛 역할
- 오야코동: 달걀과 닭고기를 함께 끓인 ‘부자(親子) 덮밥’
- 찜, 튀김, 국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등장
‘모양도, 맛도, 영양도’ 다 잡는 식재료이기에 달걀은 일본 요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 마무리: 일본 식문화는 왜 재미있는가?
‘일본 음식은 짜다’, ‘왜 그렇게 달걀을 좋아할까?’ 표면적인 질문이지만, 그 뒤에는 기후, 역사, 종교, 기술, 지리 조건이 뒤엉킨 복합적 배경이 존재합니다.
일본의 음식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그들이 걸어온 시간과 환경이 고스란히 담긴 문화 콘텐츠입니다. 그래서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흥미롭고, 이해하면 할수록 맛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