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의 『의무론』은 도덕적으로 사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고대 로마의 철학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아주 진솔한 책입니다. 키케로는 무거운 철학 용어 대신 실제 우리가 사회에서 마주치는 문제와 고민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걸작입니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그리고 자신만의 이익과 모두의 행복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 친근하게 안내한다고 생각합니다.

1. 도덕성과 이익, 갈림길에 선 우리의 선택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키케로는 우리의 의무는 진실, 정의, 용기, 절제를 바탕으로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의무는 명예와 덕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덕의 네 가지 구성 요소는 진실, 정의, 불굴, 예의입니다”라는 글귀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기본적으로 ‘내 양심에 떳떳한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실제로 살아가면서 만나는 “이익”에 관한 문제입니다.
인간에게 이익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키케로는 도덕과 실리를 견주어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이익은 도덕적 원칙과 조화를 이룰 때만 의미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익 때문에 원칙을 저버릴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그는 “도덕적으로 선한 것은 항상 유익하다. 도덕적으로 선하지 못한 것은 유익하지 못하다. 따라서 유익해 보이지만 도덕적으로 선하지 않은 것은 사실 유익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꼬집어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두 가치가 충돌할 때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제시합니다.
답은 명확합니다. 도덕과 이익이 부딪히면 언제나 양심과 공동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2. 따뜻한 사례와 현실적 조언
키케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예컨대, “길 잃고 방황하는 자에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마치 자신의 등불로 다른 사람의 등에 불을 붙여 주는 것과 같도다. 그런데 남에게 불을 붙여줬다고 해서 자신의 불빛이 덜 빛나는 것이 아니니라”라는 구절은 나눔과 선행의 본질을 아름답게 설명하지요.
또한 아무리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 해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내 능력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부연합니다.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항상 상대방과 사회까지 함께 고려하는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3. 주요 핵심 내용
3.1. 자신의 신념부터 밝힌다.
『의무론』 제1권에서 그는 자신의 신념을 이렇게 밝힙니다.
“우리의 의무는 명예와 덕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덕의 네 가지 구성 요소는 진실, 정의, 불굴, 예의이며 우리의 의무는 이것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기반한다.”
3.2. 공익 앞에서 개인의 이익은 뒷전이어야 한다
공직자의 책무를 강조하며 키케로는 반복해 말합니다.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얻기 위해 도덕을 희생하는 행위는 공동체의 파멸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또한, “모든 쾌락은 도덕적 선에 반한다. 쾌락과 도덕적 선 사이에는 어떤 연결 고리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쾌락의 탐닉은 인생에 잠시 양념이 될지언정, 인생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3.3.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
키케로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지녔다고 믿었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그 선택의 도덕적 결과 역시 감당해야 한다.”
그는 철저한 자기성찰, 절제, 그리고 자기개선을 행복의 근본 조건으로 삼았다.
3.4. 실천 윤리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의무론』의 독특함은 의무의 구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완전한 의무는 곧 올바름(카토르토마)이며, 반드시 해야 하는 모든 올바른 행위가 이에 속한다. 일반적 의무(카테콘)는 적절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 평범한 실천이다.” 이익과 정의의 갈등 상황에서는, “엄격하게 유덕하지 않다면 어떤 것도 유익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한다.
3.5. 키케로가 즐겨 인용한 엔니우스의 시구도 이러한 사실을 ‘사실’이라고 쐐기를 박습니다.
“길 잃고 방황하는 자에게 /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 마치 자신의 등불로 다른 사람의 등에 / 불을 붙여 주는 것과 같도다. / 그런데 남에게 불을 붙여 줬다고 해서 / 자신의 불빛이 덜 빛나는 것이 아니니라.”
이어 “손해가 없다면 낯선 사람일지라도 무엇이든 주라”고 충고한다. 받는 자에게는 이익, 주는 자에도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3.6. 도덕과 이득의 본질적 일치
키케로 사상의 절정은 다음 인용구에 모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덕적으로 선한 것은 항상 유익하다. 도덕적으로 선하지 못한 것은 유익하지 못하다. 따라서 유익해 보이지만 도덕적으로 선하지 않은 것은 사실 유익하지 않은 것이다.” 이 판단은 결코 한 시대의 도덕률에 갇히지 않는, 보편적 가치로 읽힌다. 그는 다음과 같이 총평한다. “욕망을 이성에 복종시키는 인간의 본성을 훈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플라톤의 각주(註)’로서, 서양윤리의 오랜 계보에 한 줄기 빛을 전한다.
4. 쾌락과 도덕, 그리고 현대적 의미
키케로가 말하는 쾌락과 도덕 사이의 긴장도 흥미롭습니다.
그는 “쾌락과 도덕적 선 사이에는 어떤 연결 고리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쾌락은 삶에 양념 같은 역할은 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가치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오히려 인간 본성을 이성으로 다스리고, 남을 도울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치열한 경쟁, 개인주의, 이익 추구가 만연한 세상에서 키케로의 의무론은 ‘내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나와 공동체, 그리고 올바름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등 중요한 질문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5. 결론: 시대를 뛰어넘는 양심의 거울
결국 『의무론』은 우리에게 도덕적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이익이란 무엇인지 곱씹어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입니다.”
“엄격하게 유덕하지 않다면 어떤 것도 유익한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이익과 도덕, 자기 욕심과 공동체의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의무론』은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줍니다.